| 제목 | 2025 제16호-[영국] 해외제조 저작권침해물의 수입과 침해책임의 범위(김경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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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당부서 | 통상산업연구팀 김영희(0557920092) | 등록일 | 2025-11-03 | |||||
| 첨부문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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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제조 저작권침해물의 수입과 침해책임의 범위
상명대학교 지적재산권학과 교수 김경숙
2025년 7월 24일, 영국 지식재산기업법원(IPEC, Intellectual Property Enterprise Court)은 아르헨티나의 와이너리인 보데가 산 우베르토(Bodega San Huberto, 이하 “BSH”)와 영국의 와인 수입·유통업체 GM 드링크스 리미티드(GM Drinks Limited, 이하 “GM Drinks”)가 시각예술가 샨텔 마틴(Shantell Martin)의 저작물을 무단 복제하여 와인 라벨에 사용한 행위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① 저작권의 직접 및 2차적 침해 여부, ② 저작인격권 침해 여부, ③ 패싱오프(passing-off) 성립 여부, ④ 공동불법행위(joint tortfeasorship) 등으로, 다양한 지식재산권 법리를 포괄하고 있다. 특히 이 판결은 해외 협력업체의 침해행위에 수입업자나 유통업자가 어느 범위까지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지를 명확히 한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법원은 단순히 외국 제조업자가 제작을 담당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입업자가 면책될 수 없으며, 침해행위에 연루되거나 그로 인해 이익을 얻은 경우 영국 내 수입업자 역시 저작권 침해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따라서 본 판결은 영국 지식재산권 체계에서 수입·유통업자의 책임 범위를 확립한 선례로 평가되며, 국제 거래 환경에서 지식재산권 보호 및 준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 판례이다.
1) 사실관계 원고는 시각 예술가인 마틴(Martin)과 그녀의 권리를 양수한 법인 파운드더파운드(Found The Found LLC, 이하 “파운드”)이다. 원고 마틴(Martin)은 2017년 미국 뉴욕의 전시를 위해 대형 벽화를 제작하였고, 2021년 6월 해당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원고 파운드에게 전부 양도하였다.
피고 BSH는 아르헨티나 소재의 와이너리이다. 또 다른 피고 GM Drinks는 영국의 수입업자 및 유통업자로서 영국 내에서 BSH의 와인을 독점 수입·판매하였다. 세 번째 피고는 GM Drinks의 이사인 마크 패치(Marc Patch)이다. BSH는 최초의 라벨 (First Label)을 2018년 초, 아르헨티나에서 영국으로 수출될 와인병 라벨의 디자인을 기요 미리아(Guillo Milia)에게 의뢰하였다. 라벨은 2018년 5월경 제작되었고, 2020년 1월 이후 BSH의 와인이 영국 시장에 수입되기 시작하였다. 원고 마틴(Martin)은 2020년 4월 13일 피고 GM Drinks에 대해 수입 와인의 라벨이 자신의 벽화와 유사하다고 주장하며 사용중지를 요구하였고, 이후 BSH는 라벨을 다시 제작 의뢰하여 두 번째 (Second Label), 세 번째 (Third Label) 라벨을 만들었다.
원고 마틴(Martin)은 세 가지 라벨 각각이 자신의 원작을 복제하여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으며, 또한 마틴(Martin) 자신의 성명표시권(moral right to be identified) 침해와 패싱오프(passing-off)가 성립한다고 주장하였다. 2) 법원의 판단 1. 저작재산권 침해(Copyright Infringement)
저작재산권 침해에 대한 청구는 해당 저작물의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파운드(Found the Found)에 의해 제기되었으며, 영국 저작권법(Copyright, Designs and Patents Act 1988, 이하 “CDPA”) 제18조, 제22조, 제23조 (a)항 및 (b)항에 따른 침해가 주장되었다. 먼저 첫 번째 라벨(First Label)에 대해 스톤 (Stone) 판사는 “저작물을 매우 명백하게 실질적으로 복제(a very clearly substantial reproduction)”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그는 저작물의 특정 요소들이 거의 동일하게 복제되었다고 지적하면서, 그림의 일부 수정은 있었으나 본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두 번째 라벨(Second Label)은 “서로 다른 사물의 흑백 드로잉”에 불과하여 첫 번째 라벨과 충분히 구별될 만큼 달라졌다고 보아,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세 번째 라벨(Third Label) 역시 원저작물과 상당한 차이가 있으므로, 실질적인 복제(substantial reproduction)에 해당하지 않아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법원은 와인 수입업자 피고 GM Drinks의 첫 번째 라벨(First Label)의 저작권 침해 책임에 대하여 CDPA 제18조(복제물의 공중에의 배포에 의한 침해), CDPA 제22조(2차적 침해: 불법 복제물의 수입) 그리고 제23조(2차적 침해: (a) 업무 과정에서 물품을 점유하는 것, (b) 물품을 판매, 임대하거나 또는 판매나 임대를 위하여 제공, 진열하는 것)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두 번째 및 세 번째 라벨에 대해서는 저작권 침해 책임이 없다고 판단하였고, 피고 BSH 및 피고 패치(Patch)는 첫 번째 라벨 제품을 공중에 발행하지 않았으므로 CDPA 제18조에 따른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고 판단하였다. 2. 저작인격권 침해(Moral Rights Infringement) IPEC 사건은 당사자들의 서면(pleadings)만으로 심리될 수 있으며, 재판부가 판단해야 할 주장 내용들은 ‘쟁점 목록(List of Issues)’에 명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저작인격권 침해는 쟁점 목록(List of Issues)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스톤(Stone) 판사는 이를 판단하지 않고, 간략한 법리적 의견을 제시했다. 해당 저작물에는 원고 마틴(Martin)의 서명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피고 패치(Patch)는 이를 확대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첫 번째 라벨 제품(First Label Products)이 영국 내에서 저작자의 성명표시 없이 유통되었는데 만약 쟁점 목록에 명시하였다면 원고 마틴은 CDPA 제77조(저작자 또는 감독의 성명표시권)에 따라 승소했을 것으로 보았다. 3. 패싱오프(Passing-Off) 영국의 패싱오프는 타인의 영업상 신용(goodwill)을 침해하는 오인 행위를 금지하는 판례법상의 불법행위이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 마틴(Martin)이 영국 내에서 충분한 영업상 신용(goodwill)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첫 번째 라벨 제품(First Label Product)이 마치 마틴과 관련 있는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시킨 두 건의 사례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법원은 이러한 증거만으로도 부실표시(misrepresentation)가 인정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피고 GM Drinks에 대해 패싱오프 성립을 인정하였다. 반면, 두 번째 라벨(Second Label), 세 번째 라벨(Third Label)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혼동 사례나 소비자 오인의 증거가 없어, 부실표시나 기만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패싱오프 성립을 부정하였다. 마지막 쟁점은 피고 패치(Patch)와 피고 BSH가 GM Drinks의 침해행위에 대해 공동으로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여부였다. 이 판단에서 법원은 최근 영국 대법원의 Lifestyle Equities v Ahmed 판결을 참고하여, 공동불법책임이 성립하기 위한 필요 요건인 “알거나 알 수 있었는지(actual or constructive knowledge)” 여부를 판단하였다. 스톤(Stone) 판사는 피고 패치(Patch)와 피고 BSH가 2020년 4월 13일경, 원고 마틴(Martin)의 첫 번째 라벨 제품(First Label Products)에 대한 이의 통지를 받은 직후부터 GM Drinks의 침해 행위를 알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아, CDPA(저작권·디자인 및 특허법) 제18조, 제22조, 제23조(a), 제23조(b)에 따른 GM Drinks의 저작권 침해에 공동책임(joint liability)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패싱오프(passing-off)에 대해서는 (마틴의 통지 전후를 불문하고)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 이유는 피고들이 2020년 4월 13일 이전에는 해당 작품의 존재를 알지 못했으며, 패싱오프 주장을 소송에 편입한 것도 2022년 1월이었다는 점에 근거한다.
이 판결은 영국 지식재산권법, 특히 수입·유통업자의 저작권 침해 책임과 관련하여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법원은 저작권 침해를 판단할 때 단순한 유사성 판단에 그치지 않고, 표현의 본질적 요소가 복제되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실질적 부분(substantial part)’의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였다. 또한, 단순히 외국 제조업자가 제3자에게 상표 등의 제작을 의뢰하였고 위법행위가 없음을 신뢰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수입업자가 책임을 면할 수 없으며, 수입업자 역시 침해 통지를 받은 이후의 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 이 판결은 영국 내 수입·유통업자들에게 지식재산권 처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경고로 작용한다. 해외 공급망을 통해 제품을 수입하는 경우, 외국 제조업자가 영국의 지식재산법을 준수하고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침해 통지를 받은 이후에도 제품의 유통을 지속할 경우 법적 책임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또한 본 판결은 저작권 등의 침해에 대한 공동불법행위(joint tortfeasorship)의 범위와 요건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단순히 침해 행위에 관여하거나 이를 용인한 정도로는 공동 책임이 성립하지 않으며, 침해 사실에 대한 인식 또는 통지 이후의 행위에서만 공동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하였다. 이는 향후 국제적 공급망 내에서 각 참여자의 책임 범위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한편, 법원은 저작권 침해 외에도 패싱오프의 가능성을 인정하며, 제품이 예술가의 승인을 받은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시킨 경우 패싱오프 법리에 따른 책임이 독립적인 구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절차적 측면에서도 본 판결은 ‘쟁점목록(List of Issues)’ 제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법원은 쟁점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주장은 본안에서 판단하지 않으며, 이는 향후 소송 전략 수립 시 초기 단계에서의 쟁점 정리가 결정적임을 보여준다.
- Shantell Martin & Anor v Bodegas San Huberto SA & Ors[2025] EWHC 1827 (IPEC) <https://www.bailii.org/ew/cases/EWHC/IPEC/2025/1827.html> - https://www.casemine.com/judgement/uk/6886706ed5db56209887c8fe - https://www.legislation.gov.uk/ukpga/1988/48/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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