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2025 제11호-[EU] 게임용 치트 소프트웨어와 저작권 침해에 관한 독일 연방대법원 판결(박희영) | |||||||
---|---|---|---|---|---|---|---|---|
담당부서 | 통상산업연구팀 김영희(0557920092) | 등록일 | 2025-09-10 | |||||
첨부문서 |
2025년 제11호-[독일] 게임용 치트 소프트웨어와 저작권 침해에 관한 독일 연방대법원 판결(박희영).pdf
미리보기 |
|||||||
게임용 치트 소프트웨어와 저작권 침해에 관한 독일 연방대법원 판결
독일 막스플랑크 국제형법연구소 연구원, 법학박사 박희영
‘게이머’라면 한 번쯤 게임에서 무적이 되어 보고 싶은 생각을 해 보았을 것이다. 때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러한 꿈을 실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경우 소위 ‘치트 소프트웨어’(Cheat Software)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용자에게는 재미나 구원의 수단처럼 들리지만, 게임 업체에겐 치트 소프트웨어는 눈엣가시가 될 수도 있다. 저작권은 프로그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원시 코드(Quellcode)와 객체 코드(Objektcode)를 보호한다. 그러나 치트 소프트웨어는 일반적으로 실행 중인 게임에 일시적으로 개입하지만, 프로그램 코드 자체는 조작하지 않는다. 따라서 치트 소프트웨어가 게임 중에 코드를 변경하거나 복제하지 않는 한,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지 문제가 제기된다. 10여 년 전 비디오 게임 업체인 소니가 자사의 특정 레이싱 게임용 치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판매한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최근 독일 연방대법원은 치트 소프트웨어가 코드 자체를 조작하지 않는 한,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최종 판결했다.
1) 사실관계 원고는 유럽 전역에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휴대용 게임콘솔(이하 ‘PSP’)과 소프트웨어의 독점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었고, PSP는 2014년까지 판매되었다. 원고는 자사 PSP용 레이싱게임 중 하나인 ‘M. A. E.’도 함께 유통하였다. 피고는 Datel Holding Group에 속하는 업체로, 콘솔용 보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개발·제조·판매하고 있었으며, 이들 중에는 PSP 게임과 함께 사용하는 ‘Action Replay PSP’ 소프트웨어와 ‘T. F.’라는 이름으로 판매된 동작 감지형 추가 입력장치와 소프트웨어가 포함되었다. 피고의 제품은 원고가 제작한 정품 PSP 게임에서만 작동하도록 설계되었다. 사용 과정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사용자는 PSP를 컴퓨터와 연결한 뒤 PSP에 메모리 스틱을 삽입하고, 그 메모리 스틱에 피고들의 소프트웨어를 기록한다. PSP를 다시 시작하면 본래 게임 메뉴 외에 ‘Action Replay’라는 추가 메뉴가 콘솔 화면에 나타나고, 사용자는 이 메뉴를 통해 각 게임의 진행에 영향을 미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예컨대 ‘M. A. E.’에서는 ‘Infinite Turbo’(터보 무제한)나 ‘All Drivers available’(모든 운전자 즉시 사용 가능)과 같은 항목을 선택하여, 통상적인 게임 진행이나 점수 획득을 통해서만 열리는 요소들을 즉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T. F.’ 제품을 구입한 사용자는 PSP의 헤드셋 단자에 센서를 연결해 기기의 움직임으로 게임 조작을 할 수 있었다. 이 경우에도 메모리 스틱을 PSP에 끼워 해당 소프트웨어를 읽어들이면, 콘솔에는 ‘T. F.’라는 또 다른 메뉴가 생기고, 그 안에는 지원 게임 목록이 표시되었다. 게임을 실행하는 중 특정 키 조합을 누르면 원래 게임에는 없던 추가 메뉴가 호출되었고, 그 메뉴에서 ‘F.’ 같은 옵션을 선택하면 일부 게임 내 제한이 해제되었다. 예컨대 게임 ‘M. A. E.’에서는 터보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2) 법적 쟁점 이 사안에서 중요한 법적 쟁점은, 피고가 제공한 ‘Action Replay PSP’와 ‘T. F.’ 소프트웨어가 PSP 용 원고 게임의 실행 과정에 개입하여 RAM에 있는 변수값을 변경하는 행위가 저작권법의 컴퓨터프로그램의 변형(Umarbeitung)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구체적으로는 저작권법 제69a조 제1항과 제2항이 보호하는 컴퓨터프로그램의 표현형식이 단지 원시코드나 목적코드에 한정되는지, 아니면 게임 실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의 내용까지 포괄하는지였다. 따라서 피고 소프트웨어의 사용이 원고 게임의 코드 표현형식을 변형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가 문제되었다. 원고는 피고의 소프트웨어가 게임 실행 과정에 개입함으로써 자신의 게임소프트웨어가 저작권법상 허용되지 않는 방식으로 변형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하여 원고는 침해금지청구권, 거래내용 등에 관한 정보제공청구권, 손해배상확인청구권에 근거하여 소송을 제기하였다. 3) 1심 및 항소심 법원 판결 함부르크지방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대부분 인정하였으나, 함부르크고등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피고들이 제공한 ‘Action Replay’ 및 ‘T. F.’ 소프트웨어가 원고의 게임 프로그램 코드 자체를 변형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이들 소프트웨어는 게임 실행 과정에서 메모리에 존재하는 변수값을 변경시키는 것에 불과하여, 저작권법 제69c조 제2호가 규정하는 변형권의 침해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4) 연방대법원 판결 연방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법원의 판결을 확정하였다.
(1) 법적 쟁점의 근거 규정 저작권법 제69c조 제2호 제1문에 따르면 권리자는 컴퓨터프로그램의 번역, 개작, 배열 및 기타 변형과 이로부터 생성된 결과물을 복제하거나 이를 허락할 배타적 권리를 가진다. 저작권법 제69a조 제1항에 따르면 저작권법에서 의미하는 컴퓨터프로그램은 초안자료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프로그램을 말한다. 제69a조 제2항 제1문에 따르면 컴퓨터프로그램의 모든 표현형식은 보호된다. 그러나 제69a조 제2항 제2문에 따르면 컴퓨터프로그램의 특정한 요소에 기초한 아이디어와 원칙, 특히 인터페이스에 기초한 아이디어와 원칙은 보호되지 않는다. 제69a조 제1항과 제2항은 EU 컴퓨터프로그램보호지침(2009/24/EC) 제1조 제1항 및 제2항을, 제69c조 제2호는 동 지침 제4조 제1항 (b)를 각각 독일법으로 이행한 것이다. 따라서 저작권법의 두 규정은 EU법에 합치하도록 해석되어야 한다.
(2) 유럽사법재판소(CJEU) 판결 연방대법원은 2023년 이 사건의 법적 쟁점이 EU 컴퓨터프로그램보호지침의 해석에 달려있으므로 CJEU에 선결재판을 제청하였고, 이에 대해서 CJEU는 이 지침의 규정에 대한 해석을 내렸다. CJEU는 동 지침 제1조 제2항에서 보호하는 컴퓨터프로그램의 표현형식에는 원시 코드(Quellcode)와 객체 코드(Objektcode)가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그 이유는 이 코드들은 해당 프로그램의 복제 또는 후속 생성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프로그램의 다른 요소들, 특히 기능은 이 지침에 의해 보호되지 않는다. 또한 이 지침은 이용자가 그러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요소라 하더라도, 그것이 프로그램의 복제 또는 후속 생성 자체를 가능하게 하지 않는 한 보호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보호 컴퓨터프로그램이 컴퓨터의 RAM에서 생성하고 실행 과정에서 사용하는 변수의 내용만을 변경하는 소프트웨어는 그 자체로는 해당 프로그램 또는 그 일부의 복제를 가능하게 하지 않고, 오히려 그러한 프로그램이 동시에 실행 중임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변수의 내용은 프로그램 이용자가 해당 프로그램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요소에 불과하고, 지침 제1조 제2항에서 의미하는 컴퓨터프로그램의 표현형식으로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3) 피고 소프트웨어의 작동 방식 분석 연방대법원은 하급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피고 소프트웨어의 작동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였다. ‘Action Replay’ 및 ‘T. F.’ 소프트웨어는 게임 프로그램이 PSP의 RAM에 저장되는 과정이나 게임의 명령어 자체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이 소프트웨어는 게임이 실행되는 동안, 게임 프로그램이 스스로 생성하여 사용하는 변수값을 바꾼다. 따라서 원고 게임의 내부 구조나 코드 명령어는 전혀 변경되지 않고, 프로그램은 본래 설계된 대로 계속 진행된다. 다만, 변수값이 달라졌기 때문에 게임의 결과(예: 무제한 터보)가 달라질 뿐이다. 즉, 피고 소프트웨어는 프로그램 자체가 아니라 프로그램 실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상태에 영향을 주는 것에 불과하다.
(4) 변형 불성립의 이유 연방대법원은 이러한 작동 방식을 토대로, 피고들의 행위가 저작권법 제69c조 제2호의 변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저작권법은 프로그램 코드라는 표현형식만을 보호한다. 변수값을 조작하는 것은 단지 프로그램의 기능을 활용하는 방식에 불과하며, 새로운 복제나 프로그램 자체의 변경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따라서 이는 저작권법의 변형권 침해가 아니다.
연방대법원은 CJEU의 법리에 따라 프로그램의 원시 및 객체 코드와 내부 구조만이 보호대상이며, 프로그램 실행 도중 RAM에 존재하는 변수의 상태는 보호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는 저작권 보호를 코드 그 자체의 창작적 표현으로 엄격히 제한한 점에서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였다는 긍정적 의의가 있다. 이번 판결의 논리는 치트 코드, 메모리 변조 도구, 세이브에디터 등 다양한 게임 관련 소프트웨어에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즉, 코드 자체를 변경하지 않고 데이터 상태만 조작하는 도구라면 원칙적으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패치 파일·모드(mod) 처럼 실제 프로그램 코드에 개입해 구조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코드가 복제·생성되는 경우라면 여전히 저작권법 제69c조의 변형에 해당할 수 있다. 따라서 이 판결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영역에서 법적 구분을 명확히 해주는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연방대법원은 이 치트 소프트웨어가 기술적 프로그램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항소심 판결로 갈음했다. 원고는 치트 소프트웨어가 게임소프트웨어의 복제방지조치를 무력화한다고 주장하였으나(예비적 청구),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거부되었다. 저작권법 제69f조 제2항의 기술적 프로그램 보호조치란 무단 복제, 변형, 다중사용을 방지하는 장치를 말하며, 여기에는 동글(dongles), 복제방지 프로그램, 비밀번호 확인, 시간 또는 사용 제한, 제어번호 등이 속한다. 1심과 항소심은 피고의 치트 소프트웨어는 복제방지조치를 우회하지 않고, 정품에서만 작동하며, RAM의 변수만 변경한다는 점을 거부 이유로 제시했다. 이제 이 사안과 같이 작동하는 치트 소프트웨어는 일정한 범위에서는 합법적일 수 있지만, 사용자가 게임 플랫폼의 이용약관을 위반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해당 플랫폼이 치트 소프트웨어의 사용을 금지하는 경우, 이를 사용하다가 계정 정지를 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 BGH, Urteil vom 31.07.2025, I ZR 157/21, Action Replay II, 연방대법원 판결문(https://juris.bundesgerichtshof.de/cgi-bin/rechtsprechung/document.py?Gericht=bgh&Art=en&nr=142693&pos=0&anz=1). - BGH zur Zulässigkeit von Cheat-Software, Legal Tribune Online, 31.07.2025 (https://www.lto.de/persistent/a_id/57802) (01.09.2025) - Mogeln erlaubt: Schummel-Software für Konsolen verstößt nicht gegen Urheberrecht, Redaktion beck-aktuell, kw, 31. Juli 2025 - (https://rsw.beck.de/aktuell/daily/meldung/detail/bgh-izr1572-cheat-software-konsole-urheberrecht-sony-playstation) (01.09.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