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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4년 제16호-[독일] 연방대법원, 공개되지 않은 주장에도 성명표시권 침해 인정(이일호)
담당부서 국제통상협력팀 손휘용(0557920089) 등록일 20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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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제16호-[독일] 연방대법원, 공개되지 않은 주장에도 성명표시권 침해 인정(이일호).pdf 미리보기

[독일] 연방대법원, 공개되지 않은 주장에도 성명표시권 침해 인정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교수

이일호

 

1. 사실관계

 

원고는 독일의 작가로 2013년 피고인 편집자(Lektor)와 원고가 작성한 책 <Der verratene Himmel>에 대한 편집을 의뢰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해당 책은 대략 1년 후 자가출판의 형식으로 출간되었음. 2020년 피고는 원고에게 연락해 자신이 해당 도서의 저작자임을 주장했음. 그는 원고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자신은 책 출간에 관하여 어떠한 합의를 하지 않았고, 원고와 별개로 체결한 계약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음. 이에 따라 피고는 자신의 저작물을 사용한 것에 대한 사용료의 지급을 구하는 한편, 자신을 책의 저자로 표시할 것을 요구했음. 이에 더해 원고를 저자로 표시하지 말 것을 함께 요구하였음.

이에 대해 원고는 피고가 해당 저작물의 저작자가 아니라는 주장과 피고가 문제된 저작물의 저자라는 주장을 각각 제3자에게 하지 못하도록 예방을 구했음.

이들이 상호 합의에 이르지 못함에 따라 해당 사건에 대한 심리는 브레멘 지방법원(Landgericht Bremen)에서 이루어졌는데, 원고는 무엇보다 피고가 해당 책의 저자라고 주장함에 따라 독일 저작권법 제13에 규정된 자신의 성명표시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했음. 이 주장에 대해 제1과 항소심 법원(브레멘 고등법원)은 모두 성명표시권 침해를 부정했는데, 이에 원고가 상고했고, 연방대법원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하급심이 성명표시권의 적용범위를 잘못 해석했다고 보았음.

 

 

2. 판결의 내용

 

1) 하급심의 태도

원고의 성명표시권 침해 주장에 대해 브레멘 고등법원은 성명표시권에 대한 원칙적 구제수단이 예방청구임을 강조한 바 있음. 그런데 예방청구의 전제는 이런 주장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저작자 개인에게만 주장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임. 이렇듯 성명표시권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이유에 대해 법원은 성명표시권이 저작인격권에 속하고, 저작인격권은 다시 일반 인격권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함. 법원의 판단에 의하면, 인격권은 사실이 아닌 서술을 유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관련성을 설정함으로써, 이른바 거짓된 빛(falsches Licht)”을 받는 것을 방지할 뿐이라는 것임. 동 기준에 따라 법원은 해당 사건에서 저작인격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았음.

이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연방대법원은 하급심의 이와 같은 해석을 배척하였음.

 

2) 연방대법원의 판단

연방대법원은 저작인격권의 본질에 집중하였음. , 저작인격권, 그중에서도 성명표시권은 자신의 저자성을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저자성에 관한 이견이 제기되는 것으로부터 보호까지는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하였음.

구체적으로 연방대법원은 피고가 서한을 통해 원고의 저자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동시에 피고 자신이 진정한 저작자라고 주장한 사실에 주목하였음. 비록 이 서면은 원고 개인에게 보낸 것이고, 이로써 피고는 원고의 저자성을 부정하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저작자의 저작인격권 행사를 제한할 수 없다는 것임. , 규정에는 저작자의 저작자로 인정받을 권리를 제한적으로 해석할 근거가 없고, 이에 따라 피고가 단지 원고에게만 원고의 저자성을 부정하는 주장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일반공중 등 제3자를 향해 주장하는 것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하는 것임.

다만 결과적으로 원고의 상고는 기각됐는데, 이는 원고가 단지 제3자를 향해 피고가 주장하지 못하도록 할 것을 구했기 때문임. 연방대법원은 저자성에 관한 주장은 원고 개인에게만 주장되었을 뿐이므로 성명표시권이 상고심에서 소송물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음.

 

 

3. 분석 및 시사점

 

1) 분석

저작인격권은 저작자가 가지는 인격적 이익, 특히 저작자와 저작물 사이의 관계에서 나오는 특수한 이익을 보호하는 권리로 관념됨. 저작재산권과 구별된다는 점에서, 또 그 명칭이 저작인격권이라는 측면에서 일반 인격권과의 관계, 공통점이나 차이점에 관한 논의가 많음. 저작인격권과 일반 인격권의 관계를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그 보호범위와 방법도 달라질 수 있음. 당연히 저작인격권의 침해를 주장하는 데 저작재산권의 침해가 전제되지 않지만, 저작물과의 관계나 저작자로서의 지위는 나름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 같음.

누군가가 다른 이의 조각 작품을 구입한 후, 이를 일부러 훼손하고 집안에 전시해 두었다고 가정했을 때, 또한 파괴된 작품에 가족이나 친한 사람들만 접근할 수 있다고 가정해 봤을 때, 이것을 두고 동일성유지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 있는가? 다른 사람이 파괴된 사실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저작자의 인격적 이익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볼 수도 있음. 만약 조각 작품의 저작자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더욱이 자신의 파괴된 작품을 사진으로 본다면 어떨까?

저작인격권의 침해는 전통적으로 저작자의 명예와 평판에 결부 되어왔음. 베른협약 제6조의2는 저작물에 가해지는 변경·변형이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할 정도에 이르러야 침해가 된다고 정하고 있음. 우리 형법 제307조에서 보듯, 명예란 필연적으로 공중에 공개될 때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명예-일반인격권-저작인격권으로 이어지는 논리가 나름대로 우리의 선입견이 되어왔음. 독일에서도 이와 같은 논리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쳤던 것으로 보임. 독일 저작권법 제13조는 저작자에게 저자로서 승인받을 권리(Recht auf Anerkennung der Urheberschaft)를 부여함. 이는 관점에 따라 우리 저작권법 제12조상 성명표시권보다 더 넓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음. 다만 본 사건의 항소심은 성명표시권의 침해에 대한 구제가 원칙적으로 제3자에게 저자성에 대한 잘못된 정보나 주장이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본 것은 명예 관념에서 일반 인격권을 넘어 저작인격권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잘 보여줌. 이는 성명표시권에 관한 학계의 견해와도 일치하는 것임. 그러나 이렇게 저작인격권의 범위를 좁게 본다면, 앞서 든 예, 즉 파괴된 조각 작품을 찍은 사진을 저작자에게 보내는 일이 저작인격권 침해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고, 저작자로서는 (저작자로서의 인격 침해가 아닌) 자신의 정신적 손해를 입증함으로써 위자료만 청구할 수 있을 것임.

독일 연방대법원은 저작인격권, 특히 성명표시권이 명예권 내지 인격권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이로써 저작자가 저작인격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했음. , 아무리 자신의 저자성을 부정하는 주장이 서면 등 자신만이 보고 들을 수 있는 수단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저작자로서의 인격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임. 물론 대법원의 이런 해석이 원고의 승소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는데, 이는 피고의 서한에 의한 성명표시권 침해가 청구원인이 되지 못했기 때문임. 다만 향후 피고와 같이 진정한 저작자의 저자성을 부정하되 이를 저작자 개인에게만 주장하는 경우에도 예방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임.

 

2) 시사점

동 사건을 보면 두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음. 첫째, 우리 저작권법 제14조 제2항은 사회통념상 [사망한]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저작인접권 침해행위를 금지하고, 136조 제2항 제1호는 저작인격권 또는 실연자의 인격권을 침해하여 저작자 또는 실연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음. 특히 후자 규정에 대해 우리 대법원은 피해자의 학식과 평판을 명예로 보고, 그가 표절자 혹은 질 나쁜 글을 쓴 사람으로 보이는 것을 저작자로서 명예가 훼손된 경우로 본 바 있음. 위 연방대법원 판결이 우리 저작권법의 해석과 개정에도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 것임.

둘째, <검정고무신>을 둘러싸고 제기된 저자성 문제에도 시사점을 줄 수 있음. 이는 실제로 저자가 아닌 사람이 저자임을 주장하고, 공동저작자로 등록까지 받은 경우인데, 성명표시권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해석되었다면, 창작자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것임.

물론 저작인격권 문제의 해결만으로 매절계약 등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님. 그러나 창작 생태계가 선순환의 구조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과정에서 저작권법의 여러 영역과 요소를 정비하고, 저작자의 어려움을 보듬는 해석·운영이 필요한 것만은 분명함.

 

 

참고자료

 

Thomas Dreier & Gernot Schulze, Urheberrechtsgesetz: Kommentar, 7th ed., C.H. Beck, 2022.

<https://juris.bundesgerichtshof.de/cgi-bin/rechtsprechung/document.py?Gericht=bgh&Art=en&Datum=Aktuell&Sort=8193&Seite=45&nr=138208&anz=1312&pos=1297>.

 

  • 담당자 : 손휘용
  • 담당부서 : 국제통상협력팀
  • 전화번호 : 055-792-0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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