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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슈리포트] 2022-01-EU 탈퇴 이후 영국의 권리소진 제도(송선미)
담당부서 통상산업통계팀 장민기(0557920096) 등록일 2022-02-14
첨부파일

[이슈리포트] 2022-01-EU 탈퇴이후 영국의 권리소진 제도-송선미.pdf 바로보기

 

 

COPYRIGHT ISSUE REPORT 2022-01

 

EU 탈퇴 이후

 

영국의 권리소진 제도 

 

한국저작권위원회 법제연구팀

법학박사 선임연구원 송선미

 

 

개요

 

 

 

 

2022118일 영국 지식재산청(UK Intellectual Property Office)EU 탈퇴 이후에도 현행 권리소진 제도를 잠정적으로 유지한다는 결정을 발표하였다. 그동안 영국 지식재산청은 권리소진 제도 변경을 위하여 관련 산업계를 대상으로 한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해왔다. 영국 지식재산청은 권리소진 제도의 변경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판단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권리소진 제도 변화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탐색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1)

영국은 EU 회원국으로서 EU의 권리소진 제도가 적용되었으나 2020131EU에서 정식으로 탈퇴하면서 영국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병행 무역 제도의 틀을 마련하기 위하여 권리소진 제도 개정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였다. 병행 무역의 허용 여부는 권리소진 제도의 내용에 따르는 것으로, 특히 지식재산권 집약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이러한 산업(예를 들면 일용소비재, 사치품, 인쇄, 출판, 제약, 자동차 등)은 영국 경제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권리소진 제도의 변화는 국가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영국 지식재산청은 202167일부터 2021831일까지 12주 동안 권리소진 제도의 변경에 민감한 관련 산업계를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진행하였고 총 150개의 응답을 받았는데 특히 병행 무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의약업계와 창작 산업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2) 영국 지식재산청은 네 가지 유형의 권리소진 제도를 제안하여 가장 선호하는 권리소진 제도를 선택하도록 하였는데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현행 제도를 선택하였다.3)

 

 

주요 내용

 

 

 

 

1. 지식재산권의 권리소진(Exhaustion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 지식재산 보호와 권리소진

지식재산권은 지적창작물에 대하여 주어지는 독점배타적인 권리를 의미한다. 지식재산 보호 근거에 대한 공리주의적 입장에 따르면 지식재산권 부여를 통해 창작이나 발명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통해 발명이나 창작을 촉진한다는 것이다.4) 지식재산권이라는 독점배타적인 권리가 인정되지 않으면 충분한 수익을 창출할 기회가 없고 이는 창작이나 발명에 대한 동기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창작물이나 발명품이 시장에 진입하여 제3자에 의해 자유롭게 이용된다면 어떠한 기업이나 개인도 시장에 진입하고 투자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지식재산권은 창작이나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보상 수단이고 이는 경제 성장의 중요한 동력인 혁신을 장려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지식재산권자는 권리행사를 통해 투자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데 투자 비용에 대비하여 과도한 가격을 책정한다면 일반 소비자에게 피해를 야기할 수도 있다. 지식재산을 보호하는 이유는 혁신이 경제 성장에 기여하기 때문인데 지식재산권의 행사로 야기되는 일반 공중에 대한 피해가 혁신으로 야기되는 이익을 넘어서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5) 지식재산의 창출로 인한 새로운 산업의 혁신과 발전은 기존의 지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지식재산 창출에 투자된 비용과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하여 독점배타적 권리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6) 이를 위하여 지식재산권의 존속기간을 제한하고 있고 지식재산권에 의한 유통의 통제 범위를 제한하여 지식재산권의 효력을 제한하는 것도 가능하다. 후자의 내용이 권리 소진이다.

 

. 권리소진 제도의 의의

권리소진(exhaustion of right)’이란 지식재산권자의 행사로 구현된 제품이 판매 등의 방식으로 거래에 제공된 경우에는 권리가 소진되어 이후에 위 제품을 사용하거나 재판매하는 등의 행위는 지식재산권의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7) 영미법에서는 최초 판매 원칙(first-sale doctrine)이라고도 한다. 권리소진은 법률효과에 중점을 둔 표현이고 최초 판매 원칙은 행위에 중점을 둔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8)

지식재산권자는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독점적인 배포, 특허발명품에 대한 독점적인 실시가 가능하므로9)10)3자가 무단으로 저작물을 배포하거나 발명품을 사용, 양도, 대여, 수입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지식재산권 침해가 발생하게 된다. 이와 같이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되는 상품의 통제권을 제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권리소진 제도이다. 지식재산권자가 저작물이나 특허발명품을 적법하게 판매함으로써 정당한 보상을 얻은 이상 그 이후의 전전유통 단계에까지 지식재산권자의 통제를 받도록 하는 것은 저작물이나 특허발명품의 자유로운 유통을 방해하고 거래 안전 및 소비자의 이익을 저해하게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정당한 권리 행사의 결과로 제작된 상품이 시장에 나온 경우 그 상품에 대한 권리는 이미 소진되었다고 보기 때문에 권리자는 상품에 대한 유통을 금지할 수 없게 된다.

우리 저작권법 제2조 제22호는 배포의 의미를 저작물등의 원본 또는 그 복제물을 공중에게 대가를 받거나 받지 아니하고 양도 또는 대여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20조는 저작자는 저작물을 배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저작권자는 저작권법에 따라 저작물을 배포할 권리를 가지지만 합법적으로 저작물이 시장에 나온 경우 그 저작물의 양도나 대여에 대하여 더 이상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11)

권리소진 제도를 통해 유통업자 및 기타 거래 주체들은 권리자의 허락없이 특정 영역에서 상품을 자유롭게 유통할 수 있는데 이는 합법적인 상품의 2차 판매 시장을 지원하는 것으로 병행 무역(parallel trade) 또는 병행 수입(parallel import)이 가능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병행 수입이란 국내 권리자나 이용허락을 받은 자의 허락없이 제3자가 지식재산권 보호 상품을 수입하는 것을 말한다. 병행 수입은 위조 상품이나 순수한 디지털 콘텐츠가 아닌 실제 물리적 상품의 거래를 전제로 하고 있다. 즉 지식재산권자 또는 라이선스 하에 합법적으로 먼저 시장에 출시된 후 국가 간에 이동되는 진정상품이 병행 무역의 거래 대상이 된다.

권리소진은 소진이 인정되는 지역적 범위에 따라 국내 소진(national exhaustion)과 국제 소진(international exhaustion)으로 구분하고 있다. 국내 소진은 지식재산권의 소진이 국내에서만 인정되기 때문에 병행 수입을 금지할 수 있지만 국제 소진은 권리의 소진이 외국에서도 인정되기 때문에 병행 수입이 허용될 수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지식재산권 보호 물품이 권리자에 의해 합법적으로 거래에 제공된 이후에는 적어도 자국 시장 안에서는 이후의 거래 행위에 관해서 권리자가 지식재산권에 의한 침해 주장을 하지 못한다는 국내 소진은 인정하고 있다.12) 국내 소진에 관한 각국의 논의는 특허·상표·저작권 분야를 막론하고 법리가 통일되어 있어서 비교적 일관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 소진에 관해서는 각국이 각 지식재산권 분야마다 구체적으로 상이한 법리를 취하는 경우가 많고 국제 소진의 인정 여부에 대해서도 국가별로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13) EU의 경우 엄밀한 의미의 국제 소진과는 구별되는데 유럽경제지역(European Economic Area, 이하 ‘EEA’)14) 내에서의 권리소진은 인정하지만 EEA 이외의 영역에서는 지식재산권 분야를 막론하고 권리소진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15)

 

2. EU의 권리소진 제도

 

EU를 탈퇴하기 전까지 영국에는 ‘EEA 지역소진(EEA Regional Exhaustion Regime)’이 적용되었다. 이 제도는 EU 회원국 사이에서는 특허·상표·저작권 분야를 가리지 않고 권리소진을 인정하는 것으로 일반적인 국제 소진과는 구별되는 것이다.16) EU 회원국의 권리소진은 지역소진(regional exhaustion)’으로 부르기도 한다. EU가 채택한 권리소진 제도에 따라 EEA 어느 곳에서나 시장에서 합법적으로 처음 출시된 상품에 대한 지식재산권은 나머지 EEA 국가에서 소진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 상품을 EEA에서 EEA 가입국으로 병행 수입하고 EEA 가입국에서 다른 EEA 가입국으로 병행 수출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EEA 가입국 이외의 제3국에서는 권리소진이 인정되지 않는다. 유럽사법재판소는 EU의 권리소진 제도와 관련하여 EU 회원국은 자유롭게 국제 소진 제도(병행 상품을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이동할 수 있음)를 선택할 수 없고 EEA 지역소진 제도만을 채택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17) 이는 모든 EU 회원국들은 EEA 지역소진 제도를 준수해야 하며 EEA 지역 외의 시장에서 출시되는 상품에 대해서는 권리소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식재산권의 권리소진은 EU 지침과 국제 조약에도 규정되어 있다. 유럽정보사회 지침(Directive 2001/29/EC of Information Society) 4조는 배포권과 권리소진을 규정하고 있다. 4조 제1항은 회원국들은 저작물의 원본이나 사본과 관련하여, 판매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공중에 대한 모든 유형의 배포를 허락하거나 금지할 배타적 권리는 저작자에게 부여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2항은 저작물의 원본 또는 사본이 권리자 또는 그의 동의하에 공동체 내에서 최초 판매되거나 그 밖의 소유권이 이전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대상물과 관련하여 배포권은 공동체 내에서 소진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18) WCT(WIPO Copyright Treaty) 6조도 배포권과 함께 권리소진을 규정하고 있다.19)

TRIPs 협정 제6조는 이 협정에 따른 분쟁 해결의 목적을 위하여 제3(내국민대우)와 제4(최혜국대우)의 규정을 조건으로, 이 협정의 어떠한 규정도 지식재산권의 소진 문제를 다루기 위하여 사용되지 아니한다20) 규정하여 권리소진 제도의 선택을 각국의 국내법에 위임하고 있다.21)

 

3. 영국의 권리소진 제도

공식적으로 202021일부터 EU 비회원국이 된 영국은 탈퇴 협정(The Withdrawal Agreement)’에 따라 20201231일까지 과도기 기간동안 EU법의 적용을 받았다.22) 따라서 EEA의 어느 곳에서나 시장에서 합법적으로 처음 출시된 상품에 대한 지식재산권은 나머지 EEA 국가에서 소진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 상품을 EEA 국가에서 영국으로 병행 수입하고 영국에서 EEA 국가로 병행 수출할 수 있었다. EEA 협정(EEA Agreement)에 따라 EU 탈퇴 전 영국도 EEA 국가에 포함되었다. 과도기 기간(transition period)의 종료 후에는 EU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영국에서 합법적으로 출시된 상품에 대한 지식재산권이 EEA 국가에서 소진되지 않고 EEA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출시된 상품도 영국에서 권리소진이 인정되지 않는다.23) 지식재산권자나 그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은 자는 이러한 상품이 영국에서 EEA 국가로 수출되거나 EEA 국가로부터 영국으로 수입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다.

그러나 영국은 EU 탈퇴에 관한 국내법의 적용에 따라 EEA 지역소진 제도에 일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방적인 EEA 지역소진 제도의 적용 결과, EEA 국가에서 처음으로 출시된 상품에 대한 지식재산권은 영국에서 소진된 것으로 간주되어 권리자의 허락없이 영국으로 병행 수입될 수 있지만, 영국 시장에서 처음으로 출시된 상품에 대한 지식재산권은 EEA 국가에서 소진되지 않기 때문에 권리자는 이 상품이 EEA 국가로 병행 수입되는 것을 금지할 수 있게 된다.24)

디자인과 상표의 권리소진은 등록 디자인법 제7A, 상표법 제12조에 규정되어 있고 저작권의 권리소진은 저작권, 디자인 및 특허법 제18(복제물의 공중에의 배포에 의한 침해)25) 및 제27(불법 복제물)에 규정되어 있다.

 

4. 영국 지식재산청이 제안한 권리소진 제도 유형

영국 지식재산청은 의견 수렴 진행 과정에서 4가지 유형의 권리소진 제도(EEA 지역소진, 국내 소진, 국제 소진, 혼합 소진)를 제시하면서 응답자에게 선호하는 유형의 권리소진 제도를 선택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대부분의 응답자는 현행 제도(일방적인 EEA 지역소진 또는 UK+ 라고 함)를 선택하였고 1/3은 국내 소진, 국제 소진과 지식재산권의 종류나 상품 또는 산업 분야별로 다른 권리소진 제도를 채택하는 혼합 소진은 거의 선택하지 않았으며 전체 응답자 중 1/4는 어떠한 권리소진도 선택하지 않았다.26) 아래의 각 권리소진 유형에 대한 설명은 영국 지식재산청 문서인 Consultation document on the UK’s future regime for exhaustion of IP rights를 참고하였다.

 

. 일방적인 EEA 지역소진(또는 UK+ 제도)

현재 영국에 적용되고 있는 권리소진 제도로 일방적으로 EEA 지역소진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EEA 국가에서 영국 내로의 병행 수입은 계속 허용되지만(예외적으로 약품의 경우에는 별도의 동의가 필요함) 현재와 같이 영국에서 EEA 국가로의 병행 수출은 금지된다. 이 제도는 영국 소비자들에게 동일한 품질의 상품을 계속 제공하면서 상품 및 원자재 공급을 EEA에 의존하는 기업들에게 비용적인 면에서 가장 유리한 제도이.

 

. 국내 소진

영국 시장에서 출시된 상품은 영국에서만 소진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병행 수입은 금지된다. 병행 수입이 금지되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 폭은 줄어들 수 있다. 지식재산권자는 병행 상품의 거래를 제한함으로써 가격, 품질 및 소비자 선호도 측면에서 국제 시장을 세분화할 수 있는데 이는 영국의 특정한 요구에 부합하는 상품을 제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식재산권자는 상품 거래에 대하여 더 많은 통제력을 가지기 때문에 상품의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 국제 소진

영국의 지식재산권자 또는 이용허락을 받아 다른 국가의 시장에서 적법하게 출시한 상품은 영국에서 권리가 소진된 것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적법하게 출시된 상품은 저작권자의 동의없이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영국으로 병행 수입될 수 있다. 국제 소진은 EEA 국가 및 그 외 국가들로부터 병행 상품을 수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EEA 국가에서만 병행 수입이 가능한 UK+ 제도와 차이가 있다. 권리자에게는 상품이 세계 어느 곳에서나 시장에 처음으로 출시된 후에는 상품의 병행 수입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게 된다. 소비자에게는 상품이 전 세계로부터 병행 수입되기 때문에 공급이 증가하여 상품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국가 시장을 겨냥한 상품이 영국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어 소비자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일한 책이 다른 영어권 국가에서는 다른 제목을 가질 수 있거나 일부 기업은 다른 국가의 시장에 대해 동일한 제품의 구성을 변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마다 규제 표준이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 안전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최빈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은 해당 국가에서 저렴하게 판매되기 때문에 영국으로 병행 수입되는 경우 개발도상국에서 이러한 상품의 가용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의약품이나 교육 도서과 같은 상품에 대한 접근은 국제 소진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 혼합 소진

혼합 소진 제도는 국가, 상품, 지식재산권의 종류, 산업분야 별로 구분하여 다른 권리소진 제도를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스위스에는 대부분의 상품을 병행 수입할 수 있는 제도가 있지만 의약품에 대해서는 국내 소진이 적용된다. 호주는 지난 몇 년 동안 도서에 대한 병행 수입 제한을 실험하고 있다. 특정 유형의 지식재산권에 대하여 다른 소진 제도가 있는 경우 하나의 상품이 여러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되는 경우에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허에 대해서는 UK+ 제도가, 상표, 디자인 및 저작권에 대해서는 국제 소진이 적용되는 경우 특허, 디자인 및 상표로 보호되는 헤어드라이어에 대한 권리가 어디에서 소진되었는지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각각 다른 권리소진 제도를 적용하는 것에 대하여 기업과 소비자를 이해시킬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

 

 

제도 유형

영국 내로의 병행 수입

영국 밖으로의 병행 수출

일방적인 EEA 지역 소진 제도(UK+ 제도)

EEA 국가로부터 병행 수입은 자동적으로 허용(약품의 경우에는 별도의 허가 필요)

국제 소진을 허용하는 국가를 제외하고 자동적으로 허용되지 않음

국내 소진 제도

자동적으로 허용되지 않음

국제 소진을 허용하는 국가들을 제외하고 자동적으로 허용되지 않음

국제 소진 제도

모든 국가로부터 자동적으로 병행 수입이 가능(약품의 경우에는 별도의 허가 필요)

국제 소진을 허용하는 국가들을 제외하고 자동적으로 허용되지 않음

혼합 소진 제도

병행 수입이 가능한지는 특정 지식재산권, 상품 또는 섹터의 결정에 따름

국제 소진을 허용하는 국가들을 제외하고 자동적으로 허용되지 않음

 

 

 

5. 우리나라의 권리소진 제도

 

우리나라의 경우 저작권법은 권리소진 원칙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상표법이나 특허법 기타 지식재산권법에서는 이에 대한 명확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권리소진 원칙은 지식재산권 분야의 중요한 원칙으로 명문의 규정 여부에 상관없이 실무적으로 이를 인정하고 있다.27) 다만 여기에서 의미하는 권리소진은 국내 소진을 의미하는 것이고 병행 수입을 가능하게 하는 국제 소진이 지식재산권에 허용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국내 소진은 명문의 규정과 상관없이 지식재산권의 효력 제한 사유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권리소진에 대한 논의는 국제 소진의 허용 여부에 대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상표의 경우 관세청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수출입통관 사무처리에 관한 고시(관세청고시 제2021-28, 2021. 2. 26., 일부개정)” 5조와 공정거래위원회 병행수입에 있어서의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고시(공정거래위원회고시 제2021-20, 2021. 12. 30., 일부개정)”를 통해 병행 수입을 허용하고 있고, 고시 제정 이전에도 대법원 판례28) 통해서 병행 수입이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리고 있어서29) 적어도 상표권에 대해서는 국제 소진을 인정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특허권의 경우에도 권리소진 원칙(국내 소진)은 특허발명품의 유통에 따른 거래 안전을 도모하고 특허권자의 이중이득을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전통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확립된 법리이다.30) 그러나 국제 소진의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견해의 대립이 있지만 특허권을 이용한 세계시장의 분할과 내외 가격차를 이용한 이윤 확보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다수설이다.31) 이와 관련한 대법원의 태도는 확인할 수 없지만 병행 수입이 특허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는 하급심 판결이 있다.32)

저작권의 경우 저작권법 제20조에서 배포권의 권리소진을 규정하고 있다.33) 그러나 이 조항이 국내 소진 이외에 국제 소진을 포함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 국내 소진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저작물의 원본이나 복제물이 해외에서 적법하게 판매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해외에서는 저작재산권자의 배포권이 소진되지 않기 때문에 국내로 수입하기 위해서는 저작재산권자의 동의가 필요하고 이는 저작재산권자에게 수입권을 부여하는 결과가 된다.34) 외국의 저작물이 우리나라에서 합법적으로 판매된 경우라도 이를 외국에 다시 수출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에서 국제 소진을 인정하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저작물에 대한 배포권을 가지고 있는 권리자의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

국제 소진을 인정하는 견해 중에는 저작권법 제124조 제1항 제1호 침해간주 규정을 그 근거로 제시하는 주장이 있다.35) 124(침해로 보는 행위) 1항 제1호는 수입 시에 대한민국 내에서 만들어졌더라면 저작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권리의 침해로 될 물건을 대한민국 내에서 배포할 목적으로 수입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는데 병행 수입 상품은 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국제 소진이 허용된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대해서는 국제 소진이 인정되는 근거는 배포권이 소진되었기 때문이지 침해로 보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견해36) 침해규정을 최대한 해석하더라도 우리나라에 수입한 뒤 이루어지는 배포행위에까지 적용되기는 곤란하다는 견해가 있으나,37) 이 견해들도 결론적으로 저작권의 국제 소진 인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 다만 이와 관련된 사례가 없어서 법원의 태도는 확인하기 어렵다.

저작권에 대하여 국내 소진만을 인정한다면 저작재산권자는 국가별 또는 지역별로 관련 시장을 관리할 수 있어서 더 강력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국제 소진을 인정한다면 저작물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해줌으로써 저작물의 원활한 이용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38)

 

 

III

시사점

 

  

 

 

지식재산권은 새로운 기술, 창작과 같은 지적 활동의 결과물에 대한 독점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여 관련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지식재산에 대한 보호는 시장 및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관련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정한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부분과의 균형도 필요하다. 이러한 균형을 제공하는 수단이 지식재산권의 권리소진 원칙이다.

영국이 현행 권리소진 제도를 잠정적으로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당분간 우리나라가 제도 변화에 새롭게 대응해야 할 부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행 영국의 권리소진 제도에 따른다면 영국의 소설가가 EEA 국가에서 소설을 출판한 경우 이 도서에 대한 배포권은 영국 및 EEA 국가 전체에서 소진되므로 영국의 유통업자는 저작권자의 동의가 없어도 EEA 국가로부터 이 책을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적법하게 출판된 동일한 소설은 권리자의 동의가 없이는 영국으로 수입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소설이 번역되어 EEA로 수출된 경우 영국에서도 이 소설의 배포권은 소진되었기 때문에 영국의 유통업자는 자유롭게 이를 수입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이 영국으로 먼저 수출된 경우라면 EEA 국가에서는 권리소진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저작권자 또는 이용허락을 받은 자의 동의가 없다면 수입이 금지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작권법 제20조가 국내 소진만을 의미한다는 소수의 견해를 따른다면 영국에서 적법하게 판매된 우리나라 소설가의 작품을 국내로 수입하기 위해서는 저작재산권자에게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제 소진을 인정하자는 대부분의 견해를 따른다면 국내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없이 자유로운 수입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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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www.booksandpublishing.com.au/articles/2022/01/19/208751/uk-government-delays-decision-on-copyright-changes/
(최종방문, 2022.2.3.)

2)https://www.gov.uk/government/consultations/uks-future-exhaustion-of-intellectual-property-rights-regime/uks-future-exhaustion-of-intellectual-property-rights-regime-summary-of-responses-to-the-consultation(최종 방문, 22.2.3.)

3) Id.

4) 김종호, “지식재산권 보호의 법적 근거에 관한 해석론으로서 철학적 논거”, 홍익법학, 2012, vol. 13, no.3, 646.

5) 김종호, 위의 논문(각주 4), 647.

6) 권인희, “지적재산권 보호기간의 변천과 의의”, 과학기술법연구, 22집 제1, 2016, 30.

7) 송재섭, “지식재산권 라이선스와 권리소진의 원칙”, 지식재산연구 제12권 제3, 2017.9, 39.

8) Id.

9) 특허법 제2(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3. ‘실시란 다음 각 목의 구분에 따른 행위를 말한다.

. 물건의 발명인 경우: 그 물건을 생산ㆍ사용ㆍ양도ㆍ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양도 또는 대여를 위한 전시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을 하는 행위

. 방법의 발명인 경우: 그 방법을 사용하는 행위 또는 그 방법의 사용을 청약하는 행위

.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발명인 경우: 나목의 행위 외에 그 방법에 의하여 생산한 물건을 사용ㆍ양도ㆍ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

10) 특허법 제94(특허권의 효력) 특허권자는 업으로서 특허발명을 실시할 권리를 독점한다. 다만, 그 특허권에 관하여 전용실시권을 설정하였을 때에는 제100조제2항에 따라 전용실시권자가 그 특허발명을 실시할 권리를 독점하는 범위에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1) 최경수,국제지적재산권법개정판, 한올아카데미, 2017, 423.

12) 박준석, “특허·상표·저작권에 걸친 소진원칙의 통합적 분석 제안: 미국의 최근 동향을 중심으로”, 지식재산연구 제9권 제1, (2014.3), 6.

13) 박준석, 위의 논문(각주 12), 7.

14) EEA는 유럽의 양대 무역 블록인 유럽 연합(EU)과 유럽 자유 무역 연합(EFTA)이 합쳐져 거대한 유럽 단일 통합시장을 의미한다. 199411일에 EFTAEU 사이에 발효한 협정에 따라 만들어졌으며 EU 회원 가입이 불가능했던 제3국들이 유럽시장의 일부가 될 수 있었다.

15) 박준석, 위의 논문(각주 12), 16.

16) Id.

17) Silhouette v Hartlauer, C-355/96, 1998.

18) Article 4 Distribution right

1. Member States shall provide for authors, in respect of the original of their works or of copies thereof, the exclusive right to authorise or prohibit any form of distribution to the public by sale or otherwise.

2. The distribution right shall not be exhausted within the Community in respect of the original or copies of the work, except where the first sale or other transfer of ownership in the Community of that object is made by the rightholder or with his consent.

19) Article 6 Right of Distribution

(1) Authors of literary and artistic works shall enjoy the exclusive right of authorizing

the making available to the public of the original and copies of their works through sale or

other transfer of ownership.

(2) Nothing in this Treaty shall affect the freedom of Contracting Parties to determine

the conditions, if any, under which the exhaustion of the right in paragraph (1) applies after

the first sale or other transfer of ownership of the original or a copy of the work with the

authorization of the author.

20) Article 6 Exhaustion

For the purposes of dispute settlement under this Agreement, subject to the provisions of

Articles 3 and 4 nothing in this Agreement shall be used to address the issue of the exhaustion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21) 최경수, 위의 책(각주 11), 425.

22) Agreement on the withdrawal of the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 from the European Union and the European Atomic Energy Community, OJ L 29, 31.1.2020, p. 7 (“Withdrawal Agreement”).

23) EUROPEAN COMMISSION, WITHDRAWAL OF THE UNITED KINGDOM AND EU RULES IN THE FIELD OF

EXHAUSTION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2020.6.25., p.3.

24) https://www.gov.uk/government/consultations/uks-future-exhaustion-of-intellectual-property-rights-regime/the-uks-future-regime-for-the-exhaustion-of-ip-rights

25) 18(복제물의 공중에의 배포에 의한 침해)

(1) 저작물의 복제물을 공중에 배포하는 행위는 저작권에 의해 모든 저작권에 제한되는 행위이다.

(2) 이 편에서 저작물의 복제물의 공중에게 발생하는 것은 저작권자가 영국 또는 EEA에서 사전에 발표하지 아니하거나 또는 그 동의를 얻어 영국내에서 배포하지 아니하는 복제물을 배포하는 행위를 말한다.

(3) 이 편에서 저작물의 복제물을 공중에 배포하는 것은 다음을 포함하지 않는다-

(a) 종전에 배포되던 저작물을 추후에 배포, 판매, 임대 또는 대여(18A조 참조: 대여 또는 대출에 의한 침해),

(4) 이 편의 저작물의 복제물의 발행에 관한 내용은 원본의 발행을 포함한다.

26)https://www.gov.uk/government/consultations/uks-future-exhaustion-of-intellectual-property-rights-regime/uks-future-exhaustion-of-intellectual-property-rights-regime-summary-of-responses-to-the-consultation(최종 방문, 22.2.3.)

27) 계승균, “상표법상 권리소진이론에 관한 일고찰”, 법학논집, 전남대학교 법학연구소, Vol.31 no.3, 2011, 8.

28) 대법원2010.5.27.선고2010790판결; 대법원2006.10.13.선고200640423판결 등

29) 유지혜, “지식재산상품의 국제거래를 위한 권리소진원칙 적용방안에 관한 연구”, 강원법학 제52, 2017.10, 612.

30) 문선영, “방법발명 특허과 권리소진, 선진상사법률연구”, 2018, 통권 제84, 2018.10, 94.

31) 조영선,특허법 2.0, 박영사, 2018, 469.

32)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1981.7.30.선고81가합466판결: 이 판결에서 법원은 각국의 특허권이 서로 독립적이라고 할지라도 이태리의 특허권자가 제3(스위스)에 적법하게 수출함으로써 특허권의 권리는 소진되었으므로 제3국으로부터 한국으로 병행수입이 이루어지는 것을 저지할 수 없다고 보았다.

33) 20(배포권)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배포할 권리를 가진다. 다만,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이 해당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아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4) 오승종,저작권법5, 박영사, 2020, 596.

35) 박영길, “저작권과 병행수입()”, 계간 저작권, 41, 1998, 12: 배금자, “저작권에 있어서의 병행수입 문제”, 창작과 권리, 30, 2003.3., 168

36) 오승종, 위의 책(각주 34) 598.

37) 박준석, 위의 논문(각주 12), 14.

38) 오승종, 위의 책(각주 34), 599.

  • 담당자 : 손휘용
  • 담당부서 : 국제통상협력팀
  • 전화번호 : 0557920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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