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화면 메뉴 바로가기 본문 내용 바로가기

한국저작권위원회

인기검색어
폰트, 음악, PPT, 일러스트
전체 메뉴
닫기

저작권동향

저작권동향 상세보기
제목 [이슈리포트] 그라피티를 둘러싼 미국에서의 저작권 분쟁에 대한 검토
담당부서 저작권통상팀 김세창(0557920185) 등록일 2018-12-10
첨부파일

3_이슈_박경신.pdf 바로보기

[이슈] 그라피티를 둘러싼 미국에서의 저작권 분쟁에 대한 검토

 

박경신*

 

1. 들어가는 글

 

힙합 문화의 일종으로 탄생해 불법적인 낙서로 간주하였던 그라피티(graffiti)는 사회적․문화적 중요성이 증가하고 경제적 가치 역시 커지면서 패션을 비롯한 타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1> 이에 따라 저작자의 허락 없이 영화, 드라마, 패션 등 타 분야에서 상업적으로 무단 이용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일반 공중에 공개된 건축물이나 시설에 그려지는 그라피티의 경우 해당 건축물이나 시설과 운명을 함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철거나 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다른 미술저작물에 비하여 많다. 이러한 그라피티의 내재적 특징을 고려할 때 최근 그라피티를 둘러싼 저작권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 아래에서는 그라피티와 관련하여 미국에서 발생한 최근의 저작권 분쟁들에 대하여 검토하기로 한다.

 

 

2. 관련 사례

 

1) 그라피티의 철거와 관련된 사례

 

① ‘5Pointz’ 사건

 

롱아일랜드시티(Long Island City)에 위치한 5Pointz Aerosol Art Center, 이하 “5Pointz”)는 여러 채의 대형 창고 건물들로 이루어진 노후화된 공업단지로서, 1993년 한 비영리단체가 그라피티 전시 공간 마련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당시 5Pointz의 소유자였던 피고는 건물 외벽의 무상 이용을 허락한 이후 많은 그라피티 예술가들이 5Pointz에서 창작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5Pointz는 전 세계 그라피티 예술가들의 창작 및 전시 공간이자 관광 명소로서 국제적인 명성을 쌓기 시작하였고 각종 영화와 사진 촬영 장소로도 애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2013년 10월 피고의 5Pointz 철거 및 재건축 개발 계획안이 뉴욕 시의회의 승인을 얻자 5Pointz에 그려진 주요 그라피티를 창작한 예술가들은 철거 중단을 위한 가처분 신청을 하였고 2013년 11월 뉴욕 동부 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1> 이후 그라피티는 철거를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흰색 페인트로 회칠해진 후 철거되었고 이에 대하여 2015년 6월 3일 그라피티 예술가들은 49점의 5Pointz 그라피티에 대하여 뉴욕 동부지방법원에 동일성유지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2018년 2월 13일 뉴욕 동부지방법원은 그라피티가 그려진 건물의 소유자가 저작자의 동의 없이 그라피티를 철거한 행위는 시각 예술가의 권리에 관한 법률(Visual Artists Rights Act, 이하 “VARA)상 동일성유지권 침해라고 판시하였다.<3>

우선 뉴욕 동부지방법원은 VARA에 명시적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임시적 특성을 가진 그라피티 역시 VARA의 보호 대상인 시각예술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해석하였다. VARA 제113조(d)는 건물 소유자가 건물 일부를 구성하고 있고, 시각예술저작물의 파괴, 왜곡, 훼절, 또는 그 밖의 변경 없이 그 건물로부터 분리될 수 있는 시각예술저작물을 분리하고자 하는 경우, 건물 소유자는 우선 저작자의 비용으로 저작물을 제거할 수 있도록 저작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고, 통지서 수령 이후 90일 이내에 저작가가 그 저작물을 분리하거나 또는 그 비용을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저작물을 제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뉴욕 동부지방법원은 이는 시각예술저작물이 건물에 임시적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상정한 것이라는 점과 VARA가 포함된 저작권법상 저작물은 복제물이나 음반에 최초로 고정된 때에 창작되며, 저작물이 일시적이 아닌 인식 가능하도록 충분히 영구적이거나 안정적으로 복제물이나 음반에 포함된 경우 저작물이 유형적 표현 매체에 고정되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심지어 단기간만 고정된 경우도 저작권 보호 요건은 충족된다고 하였다.

다음으로 뉴욕 동부지방법원은 이 사건 그라피티가 시각예술저작물의 저작자는 인정된 지위(recognized stature)를 가지는 저작물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파괴를 금지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 VARA 제106조(a)(3)(B)의 적용대상인지 여부를 검토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뉴욕 동부지방법원은 예술가들은 다양한 미디어 상에서 작업을 하며 수많은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법원은 특정 저작물이 VARA의 적용 대상인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상식과 예술계에서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기준에 따라야 하며, 특정 시각예술저작물이 인정된 지위를 가지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상식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너무 높은 기준을 설정하는 경우 인정받지 못한 대작들이 폐기될 위험이 있으며, 너무 낮은 기준을 설정하는 경우 적법한 재산권이 박탈될 위험이 있으므로 예술가의 성공적인 경력에서 유추되는 인정 역시 해당 예술가의 저작물의 인정된 지위를 결정함에 있어서 고려될 수 있다고 설시하였다. 이에 따라 뉴욕 동부지방법원은 ⅰ) 원고 모두 5Pointz 이외의 영역에서도 예술적 인정을 받아오고 있는 점, ⅱ) 원고는 천 번 이상의 전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점, ⅲ) 원고가 제출한 증거는 5Pointz 그라피티들이 소셜 미디어와 영화, 텔레비전, 신문 기사, 블로그, 온라인 동영상에 게시되었음을 보여 줄 뿐 아니라 원고의 가장 중요한 경력들을 보여 주고 있는 점, ⅳ) 충분히 자격을 갖춘 미술 감정인의 전문가 증언이 5Pointz 그라피티들의 장인적 솜씨와 기술, 스프레이 아트의 성지로써의 5Pointz의 중요성, 5Pointz 그라피티에 대한 예술계의 학문적․전문적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매우 신뢰할 만하다. 또한, 소셜 미디어상의 원고의 수많은 전시를 간과한 전문가 증언은 위대한 걸작에 유사한 인정된 지위를 요구하는 과도하게 제한적인 해석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이 사건 그라피티 49점 중 45점은 인정된 지위를 가지는 시각예술저작물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였다.

 

2) 그라피티의 무단 이용과 관련된 사례

 

‘모스키노 드레스’ 사건

 

‘Rime’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라피티 예술가 조셉 티어니(Joseph Tierney)는 2012년 디트로이트에 소재한 건물 외벽에 ‘Vandal Eyes’이라는 그라피티를 제작하였다. 한편 2015년 2월 이탈리아 패션 하우스 모스키노(Moschino)는 이 그라피티 이미지가 포함된 드레스를 밀라노의 패션쇼에 처음 선보였는데 이 드레스에는 조셉 티어니의 그라피티 이미지 이외에도 다른 그래픽 디자인뿐 아니라 ‘Moschino’라는 단어와 ‘Rime’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었다. 드레스가 패션쇼에 처음 선보인 이후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의 행사를 계기로 더욱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자 조셉 티어니는 자신의 그라피티 이미지에 대한 사용 중단을 모스키노에 요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모스키노가 각종 홍보 자료와 언론 캠페인에 이 드레스를 계속 사용하자 조셉 티어니는 모스키노와 모스키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상대로 2015년 8월 캘리포니아 중앙 지방법원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였다.

특히 조셉 티어니는 자신의 그라피티의 무단 복제뿐 아니라 저작권 관리 정보의 제거 또는 변경을 주장하였다. 미국 디지털밀레니엄 저작권법(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 이하 “DMCA”) 제1202조 제(c)항은 저작자의 이름과 그 밖의 그에 관한 식별 정보를 저작권 권리 정보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1202조(a)와 (b)는 누구든지 고의로 그리고 침해를 유인, 허용, 조장 또는 은닉할 목적으로 허위의 저작권 관리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저작권자나 법의 허락 없이 의도적으로 저작권 관리 정보를 제거 또는 변경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근거로 조셉 티어니는 피고들이 저작권법상 권리에 대한 침해를 유인, 허용, 조장 또는 은닉할 목적으로 그라피티에 포함된 서명을 고의로 제거 또는 변경하여 부정확한 변경된 허위의 서명으로 대체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은 2016년 당사자 간의 합의로 마무리됨에 따라 이 사건 드레스에 이 사건 그라피티를 사용한 행위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그라피티에 포함된 서명이 저작권 권리 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② HBO의 '바이닐(Vinyl)‘ 사건

그라피티 예술가인 원고는 드라마 채널 HBO에서 방영된 드라마 시리즈 ‘바이닐(Vinyl)’의 에피소드에 자신의 그라피티가 배경으로 등장하자 HBO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였다.

문제가 된 장면에서는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뉴욕 시내를 걸으면서 대형 쓰레기통을 지나치는데 이 장면에 “Art We All One”으로 읽히는 원고의 그라피티가 등장한다.

이에 대하여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이 사건 그라피티가 이 사건 드라마의 배경에 2분 20초가량 등장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4>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이 사건 그라피티가 단독으로 등장하거나 클로즈업되어 등장하지 않으면 알아볼 수 없다는 점과 이 사건 드라마 장면의 구성에 있어서 어떤 역할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카메라가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여배우에 집중하고 있으며, 조명이 약해 알아볼 수 있기는커녕 완벽히 보이지도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에 따라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이 사건 그라피티가 이 사건 드라마에 매우 찰나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근거가 희박하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원고가 이 사건 드라마에 원고의 그라피티가 등장한 사실에 대하여 익명의 SNS 이용자로부터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이용자가 저작권 침해 여부의 판단과 관련한 평균적 일반 관찰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이 사건 그라피티를 사용한 HBO의 동기는 사소한 이용(de minimis) 항변 판단과 관련이 없으므로 이 사건 그라피티가 드라마 주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배경으로 선정되었다 하더라도 사소한 이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③ ‘GM 광고’ 사건

 

다국적 자동차 회사인 GM이 ‘SMASH 137’로 알려진 그라피티 예술가 아드리안 팔크너(Adrian Falkner)가 주차장 건물에 그린 그라피티 작품을 2016년 자사의 SNS 광고 캠페인 “The Art of the Drive”에 사용하자 그라피티 예술가는 캘리포니아 중앙지방법원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였다.

반면 GM은 공공장소에 위치하거나 또는 공공장소로부터 통상적으로 보이는 곳에 위치하는 건물저작물의 경우 해당 건축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이를 그림, 회화, 사진이나 그 밖의 회화적 표현물로 제작, 배포, 또는 공개 전시하는 것을 금지하는 권리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미국 저작권법 제120조를 근거로 이 사건 그라피티는 건축저작물에 그려졌기 때문에 건축저작물의 일부임을 주장했다. 그리고 GM이 이 사건 그라피티를 이용한 행위는 회화적 표현을 통해 해당 건축저작물을 표현한 것이므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캘리포니아 중앙지방법원은 이 사건 그라피티가 건축저작물의 일부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 사건 그라피티가 건축저작물의 일부를 구성하는 관념을 포함하는지, 이 사건 그라피티가 건축적 특징이 있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 이 사건 그라피티가 건축저작물의 일부처럼 보이도록 또는 건축저작물과 관련된 기능적 목적을 수행하도록 디자인되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그러면서 이 사건 그라피티는 건축저작물의 일부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 주장이 근거가 있다고 판시하였다.<5>

캘리포니아 중앙지방법원은 건축저작물의 일부처럼 보이도록 디자인된 건축저작물 주위에 설치된 조형물 역시 건축저작물의 일부에 해당한다고 해석한 Leicester 판결<6>의 경우에는, 문제가 된 조형물이 해당 건축저작물의 나머지 구조들과 동시에 디자인됐지만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그라피티를 그리기 전에 이 사건 주차장 건물 및 부속 건물이 이미 완성되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지적하였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 중앙지방법원은 이 사건의 경우 그라피티 예술가가 이 사건 그라피티와 관련하여 완전한 창작적 자유를 부여받았으며, 이 사건 그라피티가 이 사건 주차장 건물과 관련하여 기능적 역할을 해야 한다거나 이 사건 그라피티의 디자인이 이 사건 주차장 건물의 디자인 요소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을 주목하였다. 이 사건 그라피티는 그라피티가 그려진 건축저작물의 일부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 캘리포니아 중앙지방법원은 GM이 이 사건 그라피티 중 그라피티 예술가의 서명이 포함된 부분을 이 사건 광고 사진에 포함시키지 않은 행위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의도적으로 저작권 관리 정보를 제거 또는 변경하는 행위로서 이를 금지한 DMCA 제1202조(b)를 위반한 것이라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중앙지방법원은 광고 장면의 전체적 윤곽을 단순히 만들면서 저작권 관리 정보를 포함하지 않은 행위를 저작권 관리 정보의 제거나 변경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판시하면서, 동 규정은 도서의 속표지를 훼손하거나 변경하는 행위와 같은 저작물을 훼손하거나 왜곡되게 변형시키는 행위 또는 저작권 보호 대상을 포함하는 컴퓨터 파일에 수반되는 전자 정보를 제거하는 행위를 금지할 의도로 마련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하였다.

 

3. 평가 및 전망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라피티가 설치된 부동산으로부터 저작자의 동의 없이 철거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경우와 관련하여 소송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그라피티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이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 잡음에 따라 패션 회사를 상대로 그라피티 아티스트가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였다는 뉴스들이 최근 들어 심심치 않게 들린다.<7> 그리고 그라피티가 대중문화나 미술 시장에 미치고 있는 영향력과 상품성을 고려할 때 아마도 이와 관련된 저작권 침해 소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8>

특히 ‘5Pointz’ 판결을 통해 미국 법원이 임시적 성격의 그라피티와 관련하여 VARA상 인정된 지위를 최초로 인정함에 따라 그라피티가 VARA상 인정된 지위를 가졌음을 입증하기 위하여 필요한 증거들에 관한 지침이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그라피티의 무단 이용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과 관련해서는 이용된 분량이나 행태가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이용한 경우라도 이용된 분량이 극히 미미한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 사소한 이용(de minimis) 항변이 인정될 수 있으며, 설사 상업적으로 그라피티를 이용한 경우라도 경우에 따라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상의 공정이용 항변이 인정되어 저작권 침해가 부인될 수 있기 때문에 사안별 검토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라피티와 관련해서 미국에서 제기되는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주목할 점은 그라피티 예술가들이 자신의 그라피티에 포함된 서명이 DMCA상 저작권 관리 정보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9> 이와 관련해서는 우선 저작권 관리 정보에 관한 규정이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보호를 목적으로 제정된 DMCA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디지털 미디어가 아닌 그라피티에 포함된 서명이 저작권 관리 정보로 보호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로베르토 까발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그라피티 아티스트들은 그라피티에 포함된 서명은 저작권 관리 정보에 해당하며, 로베르토 까발리가 자신의 회사의 서명을 그라피티 이미지에 추가하여 예술가들의 서명을 인식할 수 없게 만듦으로써 예술가들의 권리에 대한 침해를 유인, 허용, 조장 또는 은닉할 목적으로 저작권 관리 정보를 고의로 제거하고 부정확한 허위의 저작권 관리 정보로 대체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로베르토 까발리는 저작권 관리 정보는 디지털 정보에만 적용된다고 주장하였으나 캘리포니아 중앙지방법원은 디지털 형식이 아닌 서명도 저작권 관리 정보로 간주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로베르토 까발리의 소 기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바 있다.<10> 그러나 앞서 살펴본 ‘GM' 판결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미국 법원이 저작권 관리 정보의 제거나 변경을 상당히 좁게 해석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으므로 이러한 상황에서 그라피티에 포함된 서명이 DMCA상 저작권 권리 정보에 해당하는지, 나아가 그라피티 예술가의 허락을 받지 않고 그라피티를 이용하면서 해당 예술가의 서명을 누락하는 행위가 DMCA상 저작권 권리 정보의 제거나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향후 법원의 해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1> Phase 2나 Lady Pink와 같은 전설적인 뉴욕의 그라피티 아티스트들이 그라피티 이미지를 의류에 변형시켜 패션과 그라피티를 연결하기 시작하면서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 그라피티 이미지가 포함된 재킷이나 신발, 모자 등은 뉴요커들에게 아주 친숙한 패션 아이템이 되었다. 키스 해링(Keith Haring)과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의 1983년 컬렉션, 스테판 스프라우스(Stephen Sprouse)와 루이 비통(Louis Vuitton)의 2001년 컬렉션은 패션과 그라피티의 성공적인 결합을 보여주며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최근에는 그라피티 아티스트인 트레버 앤드류(Trevor Andrew)가 구찌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그라피티 스타일의 작품들을 포함한 전시 <The Real Buy>를 2017년 9월 개최하였다.

<2> Cohen et al. v. G&M Realty L.P. et al., 2018 WL 851374 (E.D.N.Y. Feb. 12, 2018)

<3> Cohen et al. v. G&M Realty L.P. et al., 2013 WL 6172732 (E.D.N.Y. Nov. 20, 2013).

<4> Gayle v. Home Box Office, Inc., 2018 WL 2059657 (S.D.N.Y. May 1, 2018).

<5> Adrian Falkner v. General Motors Company et al., 2:18-cv-00549 (C.D. Cal. Sept. 17, 2018).

<6> Leicester v. Warner Bros., 232 F. 3d 1212 (9th Cir. 2000). 이 사건에서 워너 브러더스사가 영화 ‘배트맨 포에버’에 LA 시내의 유명 건축물을 배경으로 사용하면서 해당 건축물 주변의 조형물이 영화에 등장하자 해당 조형물의 작가가 영화사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였다.

<7> 그라피티와 관련하여 제기된 기타 저작권 침해 소송은 다음과 같다. ① 그라피티 예술가 빅터 핸더슨(Victor Henderson)은 1969년 “Los Angeles Fine Art Squad”의 일원으로 다른 예술가들과 공동으로 그린 그라피티 <Brooks Avenue Painting>가 설치된 건물 소유자가 물로 이를 제거하자 2014년 4월 캘리포니아 중앙 지방법원에 VARA 상의 저작인격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였다. 핸더슨은 자신의 그라피티가 VARA상 안정된 지위를 가진 저작물임을 입증할 수 있을 정도로 지명도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았으나 자발적으로 소를 취하였다. ② 그라피티 예술가 댄 폰테스(Dan Fontes)는 자신의 벽화가 설치된 건물의 소유자가 그라피티에 회칠을 하자 2015년 8월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VARA 상의 저작인격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였다. ③ 2014년 8월 마야 하역(Maya Hayuk)은 자신의 그라피티 <Chem Trails NYC>가 허락 없이 패션 회사 코치(Coach)의 광고 사진의 배경으로 사용되어 회사의 소셜 네트워크에 게시되자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였다. ④ 2014년 8월에는 3명의 그라피티 아티스트들이 자신들의 벽화를 의류에 무단으로 사용하였다는 이유로 로베르토 까발리(Roberto Cavalli)를 상대로 캘리포니아 중앙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당사자간의 합의가 사건이 마무리되었다. ⑤ 2012년 H&M이 애틀랜타의 그라피티 아티스트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H&M은 저작물 이용에 관하여 아티스트와 합의로 사건을 마무리 지은 바 있다.

<8> 우리나라의 경우 그라피티에 관한 사건은 아니지만 이와 유사하게 ‘도라산역 벽화’ 사건이 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도라산역사 내 벽 및 기둥에 벽화를 제작 설치했는데 이 사건 벽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벽화는 철거되었고 원고는 이 사건 벽화가 철거 후에 소각된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이에 원고는 정부를 상대로 동일성유지권 침해와 예술의 자유 또는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서울중앙지법 2012. 3. 20. 선고 2011가합49085 판결)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으나, 항소심(서울고법 2012. 11. 29. 선고 2012나31842 판결)은 저작인격권 침해 주장은 기각하고 예술의 자유 또는 인격권 침해 주장은 받아들였고 대법원(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2다204587 판결)은 피고의 상고를 기각해 원심이 확정됐다. 다만 원고가 상고하지 않아서 원심에서 기각한 동일성유지권 침해 주장은 대법원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다.

<9>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제2조에서 “권리관리정보"를 가. 저작물 등을 식별하기 위한 정보, 나. 저작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권리를 가진 자를 식별하기 위한 정보, 다. 저작물, 실연ㆍ음반ㆍ방송 또는 데이터베이스의 이용 방법 및 조건에 관한 정보 중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나 그 정보를 나타내는 숫자 또는 부호로서 각 정보가 저작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권리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 실연ㆍ음반ㆍ방송 또는 데이터베이스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부착되거나 그 공연ㆍ실행 또는 공중송신에 수반되는 것으로 정의하고 제104조의3에서 권리관리정보의 제거ㆍ변경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10> Williams v. Roberto Cavalli S.p.A., 113 U.S.P.Q.2d 1944 (C.D. Cal. 2015).

 

□ 참고 자료

- https://bit.ly/2DUgoyt

- http://bit.ly/2FFQdK2

- http://bit.ly/2FcwKTm

- http://bit.ly/2GRbmQI

- https://bit.ly/2DTk9o1

- https://bit.ly/2P2QKbN

- https://bit.ly/2KvgkFL

- https://bit.ly/2Al8REN

 

*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

  • 담당자 : 손휘용
  • 담당부서 : 국제통상협력팀
  • 전화번호 : 0557920089

본 페이지의 내용이나 사용 편의성에 대해 만족하십니까?

  • 만족도 총 5점 중 5점
  • 만족도 총 5점 중 4점
  • 만족도 총 5점 중 3점
  • 만족도 총 5점 중 2점
  • 만족도 총 5점 중 1점
평가하기